1월의 끄적끄적
1월달의 생각 기록
26년 새해가 밝았다.
25년을 간단히 되돌아보면, 뭔가 많이 한 것 같은데 이룬 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25년 회고보다 1월 일기가 먼저 올라오게 됐다.
25년 회고는 대체 언제쯤 쓸 수 있을까.
모종의 계기로 결혼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그저 '언젠간 하겠지, 좋은 사람 있으면 하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만약 결혼 상대가 나타났을 때, 나는 과연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런 질문이 떠오른 거다.
우선 나 자신에게 물었다.
가정을 꾸리고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다른 사람을 위해 내 삶의 궤적을 어느 정도 맞춰갈 수 있는가, 그러니까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해졌는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확신 면에서 내가 결혼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가.
아니, 그 모든 걸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인가.
이런저런 고민 끝에 간단히, 그리고 간신히 내린 결론은 '지레 겁먹지 말고, 좋은 사람 있으면 노력해보자'였는데.
본심은 또 그게 아니었나 보더라.
며칠 전 전 직장 친구들을 만나 결혼 이야기를 했는데, 입에서 나오는 건 앞서 했던 고민들 그대로였다. 결국 내 안에서 결론이 안 났다는 방증이겠지.
쩝. 술만 마시면 뇌 속에 든 것들을 너무 쉽게 꺼내 보여주는 것 같아. 이래서 우울할 때 술 마시면 안 되는 건데.
1월 21일, 4개월간의 [테오의 트레바리 시즌6]가 끝났다.
조직문화와 팀워크에 관한 책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 많은 현타가 왔다.
지난 4개월간 학원에서 꽤나 드라마틱한 인사 이슈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뭐랄까,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닌가. 내가 그저 예민한 걸까.
아무튼. 나의 현실 속 팀워크는... 사실 뭐, 그렇다고 어디에 내놓을 정도의 막장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딱히 할 말이 없다.
다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최선의 방법으로 달려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타가 꽤 오더라.
그래서 1월 말에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이것저것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AI 개발 도구가 많이 발전한 것 같아서 써봤는데, 돈을 너무 많이 먹는 거 말고는 정말 좋더라. 딸깍 몇 번으로 미뤄뒀던 개발 태스크들을 뚝딱뚝딱 만들어줘.
요즘은 그래서 만들고 싶었던 것들 만들면서 일에 재미를 좀 붙이는 중이다.
그러면서 또 드는 고민이 있다. AI 시대의 개발자, 더 나아가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제일 웃겼던 건, AI 자동채점 시스템을 위해 프로젝트 기획, 개발, 채점 같은 고차원적인 작업은 AI가 하고 있고, 정작 인간인 나는 OCR이 못 읽는 학생들의 악필을 타자로 치느라 며칠 밤을 새웠다는 거다.
이렇게 인간이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저차원의 노동을 담당하고 AI가 고차원의 업무를 처리하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1월을 돌아봤을 때, 가장 큰 감정은 뭐였을까.
우울? 우울하긴 했지. 스트레스성 위 통증을 반려 아픔처럼 안고 살았으니. 그렇다고 그걸 가장 큰 감정으로 내세우기엔 좀 과하다.
후회, 또는 회의감? 후회하기엔 꽤나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또 그만큼 날려버린 기회나 시간, 혹은 선택들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반대로 마냥 밝고 희망찬 한 달이었냐면. 어림없지. 요즘 AI랑 프로덕트 찍어낼 때는 꽤 그렇긴 한데, 그게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하니까.
그래. 동경.
동경이라는 단어 정도가 맞을 것 같다.
더 나은 공동체를 동경했고, 더 나은 내일을 동경했고, 더 멋진 나의 모습을 동경했다.
그렇지만 닿지 않는 신기루를 향해 달려가는, 어쩌면 바다에 닿지 못하는 나비가 지난 한 달간의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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