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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소유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도서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리뷰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소유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 책 정보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세계철학전집 에리히 프롬편

  • 저자: 에리히 프롬, 이근오 엮음
  • 출판사: 모티브
  • 분야: 인문/철학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장 사이를 가볍게 헤매던 날이었다.
읽을거리(라고 사놓고 쌓아놓는)를 탐닉하던 중, 제목 하나가 나의 낭만주의적인 마음에 경종을 울렸다.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그땐 사랑을 자주 떠올리게 되는 계절이었다.
초록이 피어나고, 움트렸던 생명들이 터져나오는.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자연이 응원하는.

당장 짐을 더 늘리고 싶지 않아 그날은 목차만 훑고 장바구니에만 넣어뒀다.
한참이 지나, 사랑에 대한 책을 한 권쯤 읽고 싶어진 즈음 결제했다.
책장에 쌓여있는 '사랑' 책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을 먼저 내 언어로 번역해두면 다음 책들이 좀 더 넓게 읽힐 것 같아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떤 문장은 다음 장으로 같이 넘어가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첫 챕터, 『소유냐 존재냐』를 풀어낸 부분이 마음 한 켠에 돌부리가 되어 나를 붙잡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하는 것들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으로 바라보게 된다.

새로울 게 없는 문장이었는데도 그랬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내가 흔히 말하는 '불안형 인간'이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면 늘 집착했고,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고, 그로 인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혼자 탔다.

그래도 오랫동안 그 패턴은 다른 이름들로 불려왔다.
관심이라고,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가끔은 사랑이라고.
다른 이름들 뒤로는 적당히 비껴갈 수 있었지만, '소유'라는 단어 앞에서는 그게 어려웠다.

문제는 그걸 고치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매번 결국은 '가짜 안정형'으로 흉내를 내다 허물어졌다.
연락의 템포를 의식적으로 늦춰보기, 의미부여하지 않으려 애쓰기, 표면을 정돈하기.
행동의 매뉴얼들. 그것들은 잠시 작동하다 결국 본질로 돌아왔다. 본질은 그대로니까.

그래서 매번 본질적 변화의 필요성을 슬프게 확인할 뿐이었다.


프롬은 성숙한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의 삶과 성장에 대해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 그것은 사랑의 기본 요소이며, '보살핌, 책임, 존중,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의 본질부터 사랑한 뒤에야 상대의 본질을 사랑할 수 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멀게 느껴진다.

내 본질을 사랑한다는 일은 어디서 시작하는 것일까.
그게 가능하긴 한 것일까.
어쩌면 '가짜 안정형'을 시도해온 그 모든 노력들도,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 누군가를 통해 나를 채우려 한 흔적은 아니었을까.


책이 그 질문에 답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SNS에 떠도는 안정형 연인이 되는 법 같은 너무 뻔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의 나열로 느껴졌다.
물론 그런 양산형 콘텐츠의 뿌리가 결국 이런 철학에서 나왔겠지만, 그래서 더 시시했다.
이미 시도해본 매뉴얼이었으니까.

결국 표면을 다듬는 법이 아니라, 그 아래를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결국 원전을 향한 마음이 생겼다.
『소유냐 존재냐』, 그리고 『사랑의 기술』.
거기에는 이 책이 다 풀어내지 못한 답이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더 어려운 질문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어떤 이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그 사람 안에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며, 그 사람 안에서 나 자신도 사랑하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순간.
그 순간이 어쩌면, 소유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일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번 여름에는 다른 길을 가보려 한다.
내 본질이라는 것을 한번 마주해보는 일.
소유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 있다면, 아마 거기서부터 시작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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