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 앞에 서 있다는 것과,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
도서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리뷰

📖 책 정보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 저자: 송길영
- 출판사: 교보문고
- 분야: 경제경영, 경제전망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을 따라잡지 못하는 시대가 있다.
정보가 흩어지고 도구가 누구의 손에나 닿을 수 있게 되면, 오래 쌓아온 위계는 의외로 쉽게 흔들린다.
송길영이 말하는 ‘경량문명’은 그런 풍경이다.
거대한 조직이 끌고 가던 흐름을, 작고 빠른 누군가가 한 번에 건너뛰어 버리는 시대.
립프로깅. 단계를 밟지 않고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곱씹을수록 이건 속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들고 갈 것인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의 문제에 가깝다.
가볍지 않으면 뛰어넘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가벼움의 단위로 책이 호명하는 것이 ‘핵개인’이다.
거대한 조직에 기대지 않고도, 변화의 속도에 스스로를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사람.
나는, 운이 좋게도 이 흐름의 꽤 앞쪽에 서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개발자라는 자리에서 매일 새로운 AI 도구들을 만지고, 남들이 막연하게 들어본 기술을 손에 잡힌 것처럼 다룬다.
가끔은 그 위치가 다행스럽고, 가끔은 부담스럽다.
그런데 정작 묻고 싶은 건 위치가 아니다.
잘 쓰고 있는가, 이 자리를.
앞에 서 있다는 사실과 앞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좋은 자리에 있다는 자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책의 전제는 어딘가 잔인하다.
정보의 격차는 줄어드는 중이다.
지금 내가 가진 갭은, 가만히 두면 닫힌다.
누군가는 같은 도구를 같은 속도로, 어쩌면 더 가볍게 쥐고 올 것이다.
앞자리는 영구적인 좌석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갭을 실체로 옮기는 일.
작고 빠른 무엇을 한 번 만들어보는 일, 가벼운 조직처럼 움직여보는 일, 기술이 손에서 풀려나와 누군가의 효용이 되는 순간까지 밀고 가보는 일.
책이 말하는 경량문명이 추상적인 시대 분석으로만 머물지 않으려면, 그건 결국 누군가의 작은 시도들로 증명되어야 할 테니까.
앞자리는 잠시 빌린 자리에 가깝다.
가벼워질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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