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괴테가 말하지 않았어도
도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리뷰

📖 책 정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저자: 스즈키 유이
- 출판사: 리프
- 분야: 소설, 일본소설
인용과 진실. 이 책을 읽기 전엔 이런 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이 바뀐 것도 아니고, 아예 해본 적 없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해야 하나.
도이치가 발견한 건 괴테의 이름만 붙어 있을 뿐, 출처는 어디에도 없는 한 문장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
평생 괴테를 연구한 그조차 본 적 없는 문장.
그런데 그 문장은 그가 줄곧 주장해온 이론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었다.
출처도 없고 누가 한 말인지도 모르는데, 정작 도이치에게는 자기 생각이나 다름없었다.
인용하는 지식이 진짜 자기 지식이라 할 수 있을까.
근데 원래 지식이란 그런 거 아닐까.
누군가 한 말이 전달되고, 그 과정에서 모방이 생기기도 하고 새로운 창조가 생기기도 하고.
발전하거나 진보하거나, 혹은 쇠퇴하거나.
아니 지식이라기보다는. 음, 정보값이 아닌, '철학' 같은 게 그런 건지도.
사실 나는 학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지식의 원천이니 근간이니 하는 건 그렇게 따지지 않는다.
그래서 도이치가 방송 마지막에 그 문장을 그대로 말해버리고 학자로서 굉장한 부끄러움을 느낄 때, 그의 아내 아키코는 그게 뭔 대수냐는 정도로 넘긴다.
나도 딱 그 정도의 와닿음이 아니었을까.
또한 도이치도 그 부끄러움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점차 자유로움을 찾아간다.
시카리가 가짜 논문을 쓰는 행위로 이 모순을 찌르는 작가의 모습도 그랬다.
아니, 가짜 논문이라고 해야 하나.
그가 만든 여러 위논문들은 실제로 존재하니까.
그것이 결국 실제로 존재하는 진실이 아닐까.
어쩌면 거짓인 건 그 논문이 아니라, 거기 붙은 이름 하나인지도.
뿐만 아니라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AI가 인용하는 수많은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렇게 만들어낸 지식 또한 자기 지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출처를 다 아는 것만 내 것이라면, 내가 내 것이라 부를 게 얼마나 될까.
그건 그렇고,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한데 섞는다"는 표현은 참 좋다.
정말 괴테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동의하는 이 한 줄이 나의 새로운 진실일지도.
이 한 줄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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