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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 그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도서 『안녕이라 그랬어』 리뷰

『안녕이라 그랬어』 — 그대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책 정보

안녕이라 그랬어

  • 저자: 김애란
  • 출판사: 문학동네
  • 분야: 한국소설, 단편소설

책을 덮고, 가슴이 답답해왔다.

요즘 소설들이란. 나는 그저 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플롯을 원하는데.

자꾸 사회의 모순된 모습들, 불합리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소시민들이 고통받는.

그리고 그 부조리를 독자 스스로 깨달아야만 하는.

이런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극 F적 사고를 하는 나는 매번 상처받고, 눈물 흘리며, 가슴 답답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최승필 작가는 "왜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웹소설 같은 대중 서사는 우리 욕망을 담은 환상을 보여주지만, 문학 서사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웹소설을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재벌 2세나 연하남 같은 환상에 빠져있다 나오니까요. 문학은 반대입니다. 내가 외면하고 싶은 문제적 진실을 끄집어냅니다. 읽고 나면 기분이 찜찜해져요. 밤에 잠이 안 오고, 우울해지기도 하죠."

"문학은 늘 시대의 가장 큰 고민을 직시합니다. 그 고민을 생생하고 처절하게 전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죠."

"문학을 읽는 건 상처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건 '내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 안전한 상처'예요. 책 속에서 처절하게 가난해 보고, 차별받아 보고, 벌레가 되어봅니다. 이 가상의 상처를 입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어떻게 될까요? 자아가 튼튼해집니다. 마음의 근육, 즉 '감수성'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는 겁니다."

"하지만 문학으로 '대리 상처'를 많이 받아본 사람은 그 본능에 제동을 겁니다. (중략) 문학은 우리를 납작한 혐오의 세계에서 구원해 입체적인 이해의 세계로 이끕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나는 기꺼이 상처받기로 했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나'와 '이웃'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여러 짧은 이야기들의 주된 시간적 배경은 2019~2020년도, 코로나라는 이례없던 전염병의 창궐로 바뀌어버린 세상 속이다.

경제적으로는 부의 양극화가 더 커졌고,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던 시대.

이 소설집에는 그 시대의 상처받은 작은 인생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것 — 「좋은 이웃」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공간'이다.

집, 방, 가게 — 우리 사회에서 공간이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한 사람의 경제적 위치, 사회적 관계, 삶의 내력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그리고 김애란은 그 공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좋은 이웃」에서 주인공은 전셋집의 일부를 내놓고, 그 공간에서 수업을 하며 삶을 영위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꿔온 공간이다.

그런데 공사로 그 공간이 침해받고, '전세'이기 때문에 결국 그 공간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과 마주한다.

매매가 아닌 전세. 그 한 단어의 차이가 삶의 기반 전체를 흔든다.

주인공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 얄궂게도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 우리가 잘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때도 이웃이 생각날까? 그저 약간의 선의와 교양으로 가끔 어딘가 기부하고, 진보 성향의 잡지를 구독하는 정도로 우리가 좋은 이웃이라 착각하며 살게 되지는 않을까?"

이 질문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자신과는 다른 세계로 가버렸을 때의 감정.

"내가 연민하던 대상이 혼자 반짝이는 세계로 가버렸기 때문인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혹은 나보다 더 낮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올라갔을 때.

그 순간 느끼는 복잡한 감정 — 축하와 질투, 자괴감이 뒤엉킨 그 감정을 김애란은 너무도 정확하게 그려낸다.

소설의 마지막, 주인공은 깨닫는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것은 집도, 이웃도 아니었다고.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 이었다고.

우리는 그렇게 자본주의 안에서,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상실해간다.

틀린 방식으로 맞는 순간 — 「안녕이라 그랬어」

'안녕'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말이다.

너무도 따뜻하고, 너무도 차가운 말. 너무도 가까워지는, 그러나 너무도 멀어지는 언어.

은미는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40대 중반의 여성이다.

아픈 엄마의 간병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면서, 직장도, 연인도, 사회적 관계도 하나씩 잃어간다.

그 과정을 겪은 후 만난 온라인 영어 강사 로버트와 나누는 대화가 은미에게는 유일한 사회적 접점이 된다.

"한 시절 누군가와 정기적인 대화를 나눴다 해서, 긴장과 웃음, 안부를 나눴다 해서 헤어짐이 이렇게 서운할 줄은 몰랐다. 이상하지. 직장에서는 그 모든 게 지겨웠는데. 사회적 감각의 스위치를 꺼두고만 싶었는데. 고향에서 엄마와 나 오직 두 사람만의 관계로 세계가 쪼그라들자 그 많은 언어가 그리워졌다."

직장에서는 지겨웠던 사회적 관계가, 그것을 잃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다.

잃어본 사람만이 아는 감각.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너무 흔한 말이지만 직접 겪기 전에는 절대 체감할 수 없는 그 진실을 이 소설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엄마를 간병하던 어느 날, 옛 연인 헌수에게서 전화가 온다.

헌수는 예전에 은미가 팝송 속에서 "안녕"이라는 한국어를 들었다고 했을 때, 틀렸다고 고쳐줬던 일을 사과한다.

지금이라면 "가만 들어보니 그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고 해주었을 텐데, 라고.

그리고 은미는 모든 것을 잃은 뒤, 혼자 남은 방에서 그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고 아마 나는 그걸 네게서 배운 것 같다고."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

이 문장이 오래 맴돌았다. 완벽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로 어긋난 채로, 그래도 닿는 순간이 있다는 것.

'안녕'이라는 말이 그런 것 아닐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빗방울처럼」

그리고 「빗방울처럼」. 이 단편은 읽는 내내 숨이 막혔다.

전세 사기의 피해자인 주인공. 이를 이겨내기 위해 남편은 과로로 쓰러졌고, 결국 떠났다.

혼자 남은 주인공은 주변을 둘러본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오늘을 믿고, 내일을 기대하며 지낼 수 있지?"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눈에, 아무 일 없다는 듯 살아가는 타인의 일상은 잔인하다.

이후 주인공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마지막을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도배사를 부른다.

그런데 그 도배사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일상적으로 건네는 말들이, 주인공에게는 오히려 위안이 된다. 그리고 도배사가 건네는 한마디.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사람이 건넨, 그래서 어떤 행정 언어나 법률 언어보다도 정직하고 따뜻하게 다가온 그 문장.

단절된 세상에서, 자본주의에 다친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것은, 결국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아닐까.


오늘,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다

아직 서른 초반. 실존을 위협할 정도의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나는, 무엇이든 잘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경제적으로 그리 궁핍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그로 인한 사회적 단절 또한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겪은 '대리 상처'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왔다.

내가 정말 이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정말 이겨낼 수 있을까?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내 삶을 계속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최승필 작가의 말처럼 이건 '내 인생이 무너지지 않는 안전한 상처'다.

이 안전한 상처를 통해 나는 조금 더 타인의 자리를 상상할 수 있게 되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김애란의 소설이 결국 독자에게 건네는 것은, 납작한 동정이 아니라 입체적인 이해의 가능성이다.

작가는 결국 이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상처 속에서,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하고 안부를 묻는 일.

전해지지 않았지만, 은미를 위로했을 로버트의 "안녕"처럼.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내일을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 나도 누군가에게 안부를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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