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키호테』 — 라만차의 산초
도서 『나의 돈키호테』 리뷰

📖 책 정보
나의 돈키호테
- 저자: 김호연
- 출판사: 민음사
- 분야: 소설, 국내소설
라만차의 한 노인이 기사도 소설에 빠져 스스로를 기사라 부르기 시작한 이야기.
그게 우리가 아는 돈키호테다.
물론 돈키호테의 줄거리를 대강 알지만, 정작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여러 매체와 2차 창작물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해보았을 뿐이다.
그렇게 비춰지는 돈키호테는.
부정적으로는 어리석은, 천둥벌거숭이 같은, 무모한 키워드로.
긍정적으로는, 포기하지 않는, 불의를 참지 않는, 도전하는, 그리고 '꿈을 꾸는' 키워드로 그려진다.
물론 원작 돈키호테의 결말은 정신을 되찾고 삶의 의욕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만.
평생 책을 읽어온 우리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바로 돈키호테이다.
몇 년 전에는 스페인 여행을 다녀와서 관련 기념품을 주렁주렁 사들고 돌아왔을 정도로.
그런 엄마의 영향인지, 나 또한 어느샌가 돈키호테의 그 무모함을 선망하고, 그의 도전정신을 높이 사며 그렇게 살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많은 이들이 그랬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김호연의 소설 속 돈 아저씨 또한 그것에 매료되어 일생을 그리도 살아왔을 것이다.
불의에 굽히지 않는 삶.
자신의 꿈을 찾아 모험하는 삶.
그것이 남들 눈에는 옳지 않아 보일지라도.
『나의 돈키호테』의 주인공 솔은, 6년차 PD로 일하다 자신의 아이템을 빼앗기고 잘려 고향 대전으로 내려온다.
좌절한 그녀가 마주한 건 중학생 시절 아지트였던 비디오 가게 '돈키호테 비디오'의 흔적과 한때 자신을 '산초'라 불러주던 돈 아저씨의 사라진 자리였다.
솔은 그를 찾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유튜브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아저씨의 삶을 추적해나가며 솔은 좌절했던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잊고 있던 과거의 꿈을 되찾고, 그 꿈을 다시금 좇게 된다.
결국 그렇게 만난 돈 아저씨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돈키호테'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돈키호테였던 돈 아저씨는 닳고 닳아버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돈키호테가 되고 싶었던 자신이 실은 '산초'였다고 말한다.
왜 그는 자신을 산초라 부르게 되었을까.
누구나 마음 안에 돈키호테와 산초를 함께 품고 산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날은 풍차를 향해 달려가고, 또 어떤 날은 그 옆에서 누군가의 모험을 지켜본다.
그렇게 두 모습 사이를 오가며 사는 것이 사람이라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한쪽이 점점 빛을 잃지는 않을까.
풍차를 향하던 마음이 닳고 닳아, 어느 날 더는 거인이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
자신을 더이상 돈키호테로 호명할 수 없는 자리에 서게 되는 순간이.
마치 끝까지 풍차를 향해 달려간 사람에게도,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이 오는 것처럼.
돈 아저씨의 그 모습이, 자꾸 미래의 어느 날 내 모습처럼 보였다.
우리는 흔히 돈키호테를 주인공으로, 산초를 부수적 인물로 읽는다.
그러나 산초도 주인공이 아닐까.
언제나 우리가 주도적으로 살 수는 없지.
어떤 시기에는 나를 희생하여 누군가를 돕는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돈키호테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 어느 때는 눈을 반짝이며 스스로 돈키호테가 되어, 풍차를 향해 달려가기도 한다.
원작 속 산초가 돈키호테 곁에서 점차 그를 닮아갔던 것처럼.
끝내 죽음을 앞둔 돈키호테에게, 다시 모험을 떠나자고 간청하던 그 산초처럼.
그런 것이 인생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언제까지 풍차를 향해 달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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