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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 좋은 사람, 질문?

도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리뷰

『프로젝트 헤일메리』 — 좋은 사람, 질문?

📖 책 정보

프로젝트 헤일메리

  • 저자: 앤디 위어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 분야: 영미소설, SF소설

이 책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두 번 등장한다.

한 번은 그레이스를 강제로 우주로 보낸 스트라트의 입에서, 또 한 번은 12광년 떨어진 곳에서 만난 외계인 로키의 입에서.
같은 말이지만 두 장면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책을 덮고 나서 하나의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그레이스: 끌려간 사람

그레이스는 처음 이 임무를 거부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죽고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p.557)

이 말을 한 사람이 스트라트라는 점이 꽤나 인상 깊다.
그를 몰아붙이던 바로 그 사람이, 그가 느끼는 공포가 당연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가야 했다. 70억 명의 생존이 걸려 있었다.

주어진 상황은 매우 잔인하다.
한 사람에게 "당신이 죽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존재해선 안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상황 한가운데로 독자를 데려간다.
그리고 그 앞에서 스트라트는 단호했다.

스트라트: 99퍼센트의 확신

"아니, 당신은 그러지 않을 겁니다. 방금 건 허풍이죠. 말했다시피 당신은 근본적으로 좋은 사람입니다. (…) 나는 당신이 옳은 일을 할 거라고 99퍼센트 확신합니다." (p.568)

스트라트의 확신은 믿음이 아니다. 관찰이고 계산이다.
신뢰는 숫자로 말하지 않는다.
99퍼센트라는 수치 자체가, 이 말이 따뜻한 믿음이 아니라 예측이었다는 걸 드러낸다.

그럼에도 스트라트를 쉽게 비난할 수는 없다.
그녀 역시 이 무게를 자기 몫으로 지고 있었다.

"지옥에나 떨어져요."
"아, 그럴 거예요. 분명히 그럴 겁니다. 박사님을 포함한 세 사람은 타우세티로 가겠죠. 나머지 우리는 지옥으로 가요. 더 정확히 말하면 지옥이 우리한테 다가오는 거지만." (p.621)

결과적으로 그녀는 세계를 구했다.
그녀가 틀렸다면 70억 명이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스트라트를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트라트에게 사람은 자원이었다.
그레이스의 존엄을 뒤로 미루면서 70억 명을 구했고, 그 방식은 효율적이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끝까지 지키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결과적으로 좋은 사람의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그 좋음의 결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좋은 사람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그렇다면 다른 결의 좋은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
그 목소리가 12광년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다.

로키: 12광년 너머의 친구

로키는 40에리다니에서 온 외계인 엔지니어다.
46년을 홀로 떠돈 우주선의 마지막 생존자.
그 역시 자기 행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떠나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끌려왔다는 걸 그는 모른다.

그 로키가, 그레이스와 서로의 목숨을 구한 뒤 이렇게 말한다.

"유사성. 너랑 나는 둘 다 우리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죽으려 함…"

"너랑 나는 좋은 사람." 로키가 말한다.
"그러게." 나는 미소 짓는다. "그런 것 같아." (p.506)

로키는 그레이스의 과거를 볼 필요가 없었다.
지금 이 사람이 방금 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그것만 보면 됐다.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자리에서 지금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그 사람을 정의한다.

그레이스: 돌아가는 사람

지구로 가는 길, 그레이스는 실수를 발견한다.
자신이 개량한 타우메바가 제노나이트를 뚫고 나올 수 있다는 사실.
그 말은 제노나이트로 만들어진 로키의 우주선이 곧 연료를 잃고 멈춘다는 뜻이다.

그레이스 앞에 두 선택지가 놓인다.
지구로 계속 갈 것인가, 로키를 구하러 돌아갈 것인가.
돌아가면 그는 결국 죽는다.
에리드의 음식은 그의 몸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레이스는 기꺼이 로키에게로 돌아간다.

70억 명 앞에서는 죽기 싫다 했던 사람이, 친구 한 명을 위해서는 기꺼이 죽으러 간다.
숫자로는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보다 인간적인 선택은 없다.

이 순간 그레이스는 스트라트의 저울에서 벗어난다.
큰 그림이 아니라 눈앞의 개인.
결과의 언어가 아니라 과정의 언어.
그리고 돌아간다는 이 결정이, 떠밀려 왔던 이 여정 전체를 그의 선택으로 되찾아준다.

스트라트는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 말했다.
로키도 "너랑 나는 좋은 사람"이라 말했다.
좋은 사람 그레이스는, 돌아갔다.

나는 어느 쪽인가

좋은 사람이란 누구인가.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나는 스트라트처럼 살고 있나, 그레이스처럼 살고 있나.

아니, 이건 감히 내가 해도 되는 질문이 아니다.
두 사람 다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훌륭한 결정을 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 앞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다.
둘 중 하나라도 닮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레이스는 돌아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면, 돌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 각자의 헤일메리를 던져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성공할지 모르는 채로.
그때 나는 어떤 패스를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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