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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행복』 — 한 번뿐인 계절을 귀하게 여기면서

도서 『제철행복』 리뷰

『제철행복』 — 한 번뿐인 계절을 귀하게 여기면서

📖 책 정보

제철행복

  • 저자: 김신지
  • 출판사: 인플루엔셜
  • 분야: 에세이

우리에게는 삶을 뭉뚱그리는 버릇이 있다.
지난 1년은 어땠냐는 질문에 "그냥 그랬어"로 답하고, 수십 년의 시간을 한 문장으로 축약해버리는 고약한 습관.
청자를 배려해서라고 하지만, 실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루를 퉁치고 있지는 않은가.

옛사람들은 1년을 스물네 토막으로 나누어 불렀다.
같은 추위도 '소한'과 '대한'으로 구분하고, 같은 봄기운도 '입춘'과 '우수'와 '경칩'으로 결을 나누었다.
퉁치지 않겠다는 감수성.
지나가는 계절을 "봄이었다, 여름이었다"로 넘기지 않고, 그 안의 미세한 변화에 이름을 붙여 기억하겠다는 오래된 태도.

작가는 그 스물네 개의 이름 위에 자기 삶의 순간들을 얹는다.


춘분의 어느 대목이 그랬다.

"나뭇가지도, 덤불도, 땅 위의 새싹도, 꽃망울도 하루 지나면 하루만큼씩 달라져 있어서 도무지 산책을 거를 수 없다. 무언가를 놓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건 아마 오늘 치의 봄이겠지, 라고 작가는 덧붙인다.
오늘 치의 봄.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딱 오늘만큼의 봄.

"새싹을 틔우는 게 초목의 일이라면 희망을 틔우는 건 우리의 일."

봄에게 앉을 자리를 내주기 위해 바닥을 쓸고 닦고, 꽃이 피는 날을 기념일로 챙기는 사람. 그게 이 책의 화자다.

여름에는 안부를 묻고, 가을에는 눅눅해진 마음을 햇볕에 말리며 계절을 끝까지 쓰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겨울.

"별것 아닌 마음은 전해지는 순간 별것이 된다. 마른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까치밥은 멀리서 보면 꼭 오렌지색 전구를 켜둔 것 같다."

한겨울에도 꺼지지 않는 전구 하나를 켜두는 마음.
작가는 대설에서 이런 바람을 꺼내놓기도 한다.

"500번째 보는 눈 앞에서도 여전히 낡지 않은 기쁨을 느끼면 좋겠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제철 행복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제철 과일을 챙겨 먹고, 지금 가장 근사한 풍경을 보러 가고, 안부를 묻는 것.
이때다 싶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다.
그 시기는 내가 노력해서 불러온 것이 아니고, 영원히 반복되리라 보장된 것도 아니다.

"봄이 오는 한 우리는 매번 기회를 얻는다. 동시에 이번 봄은 다음 봄이 아니기에 유일한 기회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은 유일한 것.
그렇다면 이것은 '선물'이다.
내가 불러온 것도, 내가 만들어낸 것도 아닌 선물.
그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자세는 겸허함일 것이다.
이 계절을, 이 하루를, 이 순간을 허락하신 분께 감사하며, 퉁치지 않고, 이름 불러주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제철의 행복이란 아마 그런 것이다.

나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
오늘 하루를 "그냥 그랬어"로 흘려보내지는 않았는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이, 이 하루가, 전부 제철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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