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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 서로의 와류 속에서

도서 『급류』 리뷰

『급류』 — 서로의 와류 속에서

📖 책 정보

급류

  • 저자: 정대건
  • 출판사: 민음사
  • 분야: 소설, 국내소설

녹슨 철제 표지판에 빨간 손 모양 금지 표시. 노란 금지선 아래로 몸을 숙여 들어가는 세 사람.

"근데 와류가 뭐야?"
"계곡물 아래 움푹 팬 웅덩이에 생기는 소용돌이 말하는 거야. 빨려 들어가는 거."
(...)
"소용돌이에 빠지면, 수면에서 나오려 하지 말고 숨 참고 밑바닥까지 잠수해서 빠져나와야 돼."

와류는 유속의 차이로 만들어진다.
급류와 급류, 혹은 급류와 완류가 만나 생기는 소용돌이.
우리네 삶도 그렇다. 누군가는 나에게 완류로 다가오고, 또 누군가는 격정적인 급류로 흘러든다.
속도가 다른 두 물줄기가 만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소용돌이가 생긴다.
사랑이라 부르든, 인연이라 부르든.


해솔과 도담이 만든 것도 그런 와류였다.
같은 종류의 상처를 안고, 비슷한 속도로 흐르던 두 사람.
해솔은 자기 상처를 잊기 위해 몸을 던져 사람을 구조하고, 도담은 자기 상처를 잊기 위해 자신을 분열시킨다.
다른 방식으로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끌어당기며 더 깊은 소용돌이를 만든다.

상처는 같은 상처로만 치유될 수 있는가.
서로를 상처 입히면서 동시에 치유하는 관계가, 가능한가.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서로의 과거의 상처를 현재의 사랑으로 치유해내자는, 어떤 다짐 같은 문장.


도담이 일러준 그 한 마디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수면에서 발버둥치는 한 우리는 같은 자리만 맴돈다.
진짜 빠져나오려면 숨을 참고, 자기 안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야 한다.
외면하고 싶었던 자리, 도망치고 있던 자리.


라고, 멋들어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은, 솔직히 좀 불쾌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봉합이 너무 빨랐다는 것.
그 사랑의 이름 뒤에서, 해솔이 선화에게 준 상처와 도담이 승주에게 준 상처는 너무 가벼이 지나쳐졌다.

진짜 서로의 내면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랑이란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쩌면 두 사람은 자기 와류에서 빠져나온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와류 속에 두고 자기들끼리 빠져나온 것은 아니었을까.
과거를 함께 짊어진 사람과의 사랑은 진짜고, 그 외의 관계에서 남긴 상처는 부수적 피해처럼 처리되는.
그런 사랑은, 정말 진짜인가.


나는 지금 누구의 와류 속에 있고, 또 누구를 내 와류 속에 두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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