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라는 권태
주말에 조금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출근할 때는 주말을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면서,
주말만 되면 왜 이리 나태해지고, 권태로움에 빠져버리는지.
48시간이라는 작은 모래시계의 모래알들은 아무 의미 없이 굴러만 간다.
평일에는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여유가 부족해 못했던 밀린 일들을 처리하겠다는 각오는 어디에 가고.
작년에는 주말마다 약속들도 참 많이 다녔다.
매주 나가서 술을 먹고 들어오기도 했고, 모르는 이들과 친해지려 시간과 노력도 많이 투자했었지.
그러나 그런 행위들의 덧없음이,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와닿는다.
그렇다면 집에 남아서 무언가 대단히 생산적인 행위를 하는가. 어림도 없지.
약속이라도 없는 날엔 느즈막히 일어나 SNS를 확인한다. 먼저 찾는 이도 없으니 당연히 나를 찾는 이도 없다.
도시의 소음 같은 단톡방들은 대부분 알림을 꺼놓은 지 오래. 쌓인 수다도 스크롤을 내리는 엄지만큼 가볍게 넘어간다.
평일에 못다 읽은 책을 조금 읽어 내려간다. 책이 재밌거나 즐거워서가 아니고, 그저 손에 들린 책은 일주일 안에 다 읽어내야겠다는 의무감 정도로.
그래서 주말 전에 책을 다 읽어버리면 오히려 방황한다. 새 책을 맞이하기엔 아직 여유가 넘치기에.
토요일에는 그래도 약속이 꽤나 잡히는 편이다.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날이 많으니, 사람들과는 토요일이 서로에게 가장 적당하니까.
약속이 없으면 클라이밍을 나가거나, 러닝을 좀 길게 뛰거나. 평일에 부족했던 활동량을 채우려는 나름의 발버둥이다.
일요일에는 어지간해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월요일에 출근하는 친구들을 배려해서일까.
격한 운동도 잘 안 하려고 한다. 다음날 클라이밍에 방해가 될까 봐.
원래는 매주 주일이면 교회에 꼬박꼬박 나갔었는데, 지금은 여러 핑계를 대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다. (종교와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적어보고자 한다.)
아무튼. 그러면 이렇게 길어진 시간 속에 그저 늘어져버리는 사람이 된다.
평일에 미뤄놨던 일들은 다시 다음 평일에 의탁하게 되고.
월요일에 일을 나가지 않는 나에겐 월요일까지가 주말이라는 무의식 중의 핑계가 있어서일까.
늦잠을 잤음에도 다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하는 나를 본다.
그저 나태하고, 권태롭고, 느긋하지만 돌아보면 후회하는 하루를 또 보낸다.
이런 나태한 삶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그보다는, 이런 나태한 삶을 왜 원하는가?
평일의 나는 괜찮은 사람의 하루를 꽤 성실하게 흉내 낸다. 노력하는 삶, 성취하는 삶.
그런데 주말이 오면, 그 외투가 벗겨진다.
사실은 나는 지독히도 게으른 사람이기에. 그것 없이는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끝없는 회피가 아닐까.
그리고 또 한 주가 시작되면, 나는 다시 소매에 팔을 끼우고 주말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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