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 — 사랑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도서 『절창』 리뷰

📖 책 정보
절창
- 저자: 구병모
- 출판사: 문학동네
- 분야: 한국문학, 장편소설
키워드: #절창 #구병모 #상처 #사랑 #독서 #오독
2026년, 나는 독서의 호흡을 길게 늘려보기로 했다. 짧은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대신 장편 소설을 읽기로. 그래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집어 든 책이 『절창』이었다.
사랑의 표현법에 대한 의문
상처에 접촉하면 상대의 마음을 읽는 '아가씨', 그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업가, 그리고 아가씨의 독서 교사가 되는 서술자. 이 기묘한 설정 속에서 이야기는 흘러갔다.
책을 덮고 나니, 남은 건 의문이었다.
이 소설 속 '오언'이 '아가씨'에 대해 가진 감정이 과연 사랑인가?
작가는 분명 사랑 이야기를 쓴 것 같았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서야 "아, 이게 사랑의 표현이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끝까지 그게 사랑으로 와닿지 않았다.
작가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고민이,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감정이다.
독서와 인간에 대한 사유
그보다 오히려 내게 깊이 와닿은 건, 소설 속 독서 교사가 던지는 독서와 인간에 대한 질문들이었다.
"독서, 특히 문학 독서에는 그런 인식이 좀더 강합니다. 그것을 읽은 나를 읽기 전보다 괜찮은 인간이 되게 만들어준다는 착각에 가까운 신화 말입니다."
문학을 읽는다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건 아니다. 클래식을 듣는다고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고 감명은 받되, 돌아서서 방화와 약탈을 저지르는 것은 별개다.
이 냉정한 인식이 좋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선생님 이 책 너무 이상해요"라고 할 때, 독서 교사가 답하는 장면.
"이상한 거 피할 수 있으면 좋지. 평생 이상한 거 안 마주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 해시태그는 전적으로 안심이나 위로 혹은 여흥이 필요할 때라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너에게 뜻밖의 만남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줄여서 인생의 스펙터클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요즘은 웹소설에 해시태그를 달아 트리거 요소를 미리 알려준다. 안전하고 유익한 이야기만 골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뜻밖의 만남도, 인생의 스펙터클도 줄어든다.
"책 속에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이 등장하는 까닭은 인간이라는 텍스트가 얼마나 복잡하며 해결 불가능한 문제와 총체적인 모순으로 빚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인간은 복잡하고, 모순적이고, 해결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오독한다. 말은 본질에 닿지 못하고, 타인의 생각을 읽는다 해도 그것을 표현할 방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소설은 그 불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문장들
구병모 특유의 유려한 문체는 난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나가려는 작가의 모습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났고, 그 문장들이 소설의 주제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었다.
"인간에게는 과잉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무언가를 초과하고자 하는 마음, 잉여를 축적하고자 하는 욕망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르게 만듭니다."
배움의 과잉, 필요 이상의 것들.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문장이 인상 깊었다.
"말은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때론 감동을 주기도 하나 많은 경우 왜곡과 착오를 전파하는 도구이기도 하다고. (...) 말이 원래 그런 거라면 언제까지고 의미에 그리고 본질에 닿지 못하는 거겠네."
말은 본질에 닿지 못한다. 타인의 생각을 읽는다 해도, 그것을 표현할 방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상처를 통해 타인을 읽는 능력을 가진 아가씨의 이야기는, 결국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불가능성에 대한 은유였던 셈이다.
작가는 이런 철학적 질문들을 화려하지 않지만 정확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26년의 시작
2026년, 독서의 호흡을 길게 늘려보겠다는 목표로 시작한 첫 장편 소설.
끝까지 의문이 남았다. 이게 사랑이었을까. 작가는 사랑을 어떻게 표현한 걸까.
하지만 그 의문 자체가, 이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독서와 인간에 대한 사유들. 복잡하고 모순적이며 해결 불가능한 인간이라는 텍스트.
어쩌면 그게 이 소설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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