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정원』 — 되돌아오지 않는 물
도서 『토마토 정원』 리뷰

📖 책 정보
토마토 정원
- 저자: 한소은
- 출판사: 황금가지
- 분야: 한국소설, 장편소설
사랑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일, 그 마음이 닿기를 바라는 일, 닿지 않았을 때 남는 것들.
그런 생각의 한가운데에서 이 소설을 만났다.
은찬은 누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직장 다니면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러다 불쑥 이렇게 덧붙인다.
"근데, 그거 알아요? 사랑이 많은 사람은 원망도 많아요. 아무리 마음을 줘도 돌아오는 게 없으면, 상대를 미워하게 되잖아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주는 것만으로 기뻤다.
내가 건넨 마음이 누군가를 웃게 하고, 기대게 하고, 하루를 버티게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돌아보게 된다.
나는 이만큼 주고 있는데, 저 사람은?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장부가 된다.
주기만 해도 기뻤던 마음이, 어느새 되돌려 받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있다.
인간이란 참 이기적이다.
그리고 은찬은 모종 주변에 짚단을 펼치다 말고 지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누님은 뭐예요? 방울토마토? 아니면…… 잡초?"
사랑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게 무엇이 되어줄 수 있는지로 판단하는 것.
그것이 사랑의 본질인지, 아니면 기대가 만들어낸 왜곡인지.
쉽게 답이 나지 않는다.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그것은 독이 된다.
도말희는 소라 내장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한 다섯 개 먹으면 배 아프다는 사람도 있는데, 어떤 사람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괜찮대."
살만 먹으면 무슨 맛이냐고, 소라를 반만 먹는 거라고. 그녀는 확신에 차 있었다.
중요한 건 독 자체가 아니라 용량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그 독을 조금씩 삼키며 수용량을 가늠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정도는 괜찮아, 아직은 버틸 수 있어.
그렇게 삼키고 또 삼키다가, 지수는 결국 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참고 참다가 최악의 타이밍에 감정을 드러내는 것.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또 되풀이하고 말았다.
최악의 타이밍이란, 이미 내 안의 용량이 바닥나서 더는 막아낼 힘이 없는 순간이 아닐까.
터져 나온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신호였을 것이다.
소설의 끝자락, 소원이 다리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말한다.
"어떡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까. 계속 그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양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 소원의 얼굴. 흐느끼고 있었다.
그런 소원을 바라보며 지수는 생각한다.
우리의 지금을 살게 하는 건 결국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일 테니까.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췄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마음 한쪽이 먹먹해졌다.
사랑받은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건, 이미 그 사랑이 지나간 뒤의 이야기가 아닌가.
사랑의 종말 이후에 남은 온기로 연명하는 것이라면, 그건 위로이기 전에 체념이다.
나는 조금 다른 곳에 서고 싶다.
돌아오지 않더라도 줄 수 있는 사랑. 장부를 꺼내지 않는 마음. 그런 사랑을 가지고 싶다.
물론 그게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바람일 수도 있다.
주면서 바라지 않기란,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원망이 되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준 물이 되돌아오지 않아도, 그 물이 어딘가의 토마토를 키우고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사람이고 싶다.
그런 사랑이 가능한 사람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 소설을 덮고 나서, 장부를 펼치려던 손이 잠깐 멈추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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