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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나를 똑똑하게 만드는가 — 트레바리 『논리의 기술』 모임 후기

테오의 트레바리 시즌 8, 3회차 후기

이번 달 트레바리에서는 바바라 민토의 『논리의 기술』을 다뤘다.
논리적 글쓰기의 고전이지만, 모임에서 오간 이야기는 책을 벗어나 AI 시대의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번져갔다.
두 가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실습에서 부딪힌 벽이고, 또 하나는 토론에서 떠오른 질문이다.

기획의 중요성

모임에서 실습 시간이 있었다.
민토의 피라미드 원칙을 바탕으로 만든 AI 글쓰기 도구를 활용해 실제로 하나의 글을 구조화해보는 것이었다.
독후감에서 모래알에 물을 섞고 틀에 부으면 벽돌이 된다고 썼는데, 직접 부어볼 기회가 온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기획이다.

첫 번째로 부딪힌 건 기획의 무게였다.
주제와 대상 독자를 대략적으로만 잡고 시작했더니, 결과물이 내가 원하는 방향에서 한끝 차이로 빗나갔다.
한끝이라고 했지만 글에서의 한끝은 꽤 치명적이다.
논리의 구조를 세우기 전에, 이 글이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를 정밀하게 정의해야 했다.
틀에 부을 재료의 배합부터 정확해야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정형화의 함정이었다.
주어진 틀 그대로 따라 쓰다 보니 글이 반듯하긴 한데 숨을 쉬지 않았다.
구조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지, 생각을 찍어내는 공장이 아니다.
틀을 따르되, 어디서 틀을 깨야 할지 아는 감각도 함께 길러야 했다.

세 번째는 방법론의 선택이었다.
피라미드 구조가 모든 글에 맞는 건 아니라는 걸 체감했다.
설득의 글, 보고의 글, 감상의 글은 각각 다른 뼈대를 필요로 한다.
좋은 도구를 하나 익혔다고 모든 못을 그 망치로 때릴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느낀 건 혼자 쓰는 글의 한계였다.
AI의 레드팀 기능을 활용해 다른 시선에서 피드백을 받아보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전제가 독자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논리는 결국 나와 상대 사이의 다리다.
내 쪽에서만 단단하면 소용이 없다.

모래알을 틀에 부어 벽돌을 만들어보았다.
첫 번째 벽돌은 삐뚤었고, 모서리가 깨져 있었다.
하지만 부어보지 않았다면 그 삐뚤어짐조차 몰랐을 것이다.
논리의 기술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결국 부어보면서 익히는 것이었다.

AI, 의존과 활용 사이

토론에서 로이가 던진 말이 오래 남는다.

AI를 쓰면서 깊이 있는 부분은 오히려 퇴보하고, 대신 넓고 얕게 알게 된다.

는 이야기였다.
자리에 있던 고연차 개발자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손끝에 있던 기술들이 이제는 AI 없이는 헷갈린다고.

처음엔 혼자 안도했다. 애초에 깊이 있던 영역이 많지 않으니 잃을 것도 적다고.
개발에서 교육으로 필드를 옮긴 이후, 업무의 범위는 훨씬 넓어졌고 그걸 AI로 커버하는 중이다.
나에게 AI는 퇴보가 아닌, 넓이를 확보해주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안도가 가장 위험한 부분이었다.
깊이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잃을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깊이를 기를 기회 자체를 영영 놓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무서운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는 AI를 활용하는가, 혹은 점점 의존해가는가.

돌아보면 나는 점점 의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람에게도 믿음이 쌓이면 매니징을 줄이는 것처럼, AI에게도 처음엔 하나하나 확인하던 것을 이제는 그냥 넘긴다.
편리함이 검증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는 매번 설렘을 느낀다.
AI 클론을 만들어 내 업무의 일부를 위탁하는 그림.
동료들이 나에게 직접 묻는 대신 나의 클론과 먼저 대화하는 방식.
이러한 새로운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고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을까.

결국 모임이 내게 남긴 질문은 하나였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획에서 시작해, 검증을 놓지 않는 태도로 이어지고, 무엇을 위임할지 선별하는 감각에서 완성된다.
그런데 이 모든 능력의 밑바닥에는 한 가지가 있다. 내 논리의 뼈대.

내가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맡기고 무엇은 남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그 기준을 세우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매일의 실전에서 조금씩 깎아가야 할 능력이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깎아야 할 것이 조금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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