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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의 법칙

오랜만에 만난 한 발자국 앞서있는 개발자들과의 대화

며칠 전 진성이형, 찬호형과 오랜만에 자리를 가졌다.
내가 개발을 처음 공부할 때 멘토로 여기며 따랐던 사람들.
지금 돌이켜보면 그들도 그저 좀 잘나가던 주니어 개발자였을 뿐인데, 어떻게 그 시절부터 개발에 대한 자기만의 생각을 그렇게 쌓아둘 수 있었을까.
지금도 의문이 남는다.

두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맡겨진 일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진다.
눈앞의 태스크를 쳐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항상 전체를, 그리고 그다음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
AI 시대에 개발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 안에서도 일 밖에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한다.
몇 년간 계속 봐오면서 느끼는 건, 만날 때마다 조금씩 더 나아가 있다는 거다.
가속도가 붙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나도 그 궤도에 함께 올라타고 있다는 감각이 든다.


뉴턴 제1법칙, 관성의 법칙.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인다.

인생도 비슷한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가만히 있고 싶어지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러닝이 딱 그렇다.
한동안 꾸준히 뛰다 보면 뛰는 것 자체가 루틴이 된다.
거리도 늘어나고, 장벽은 점점 낮아진다.
그냥 당연히 뛰는 상태가 되어간다.
그런데 부상으로 한 달만 쉬어도 다시 5km 뛰는 게 죽을 만큼 힘들더라.
공부도 똑같았다.
한동안 개발을 손에서 놓고 있다가 다시 앉으니 그동안 당연히 하던 것들이 전부 귀찮고 버거웠다.

지난 1년 반 동안 20kg을 뺐다.
돌아보면 그 과정도 결국 관성의 이야기였다.
처음 몇 주가 제일 힘들었다.
정지 상태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 엄청난 힘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식단을 지키는 게, 그리고 운동을 하는 게 당연해졌다.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한 상태.
반대로 무너질 때도 관성은 똑같이 작동한다.
어제 먹었으니 오늘도, 오늘 쉬었으니 내일도.
정지의 관성도, 운동의 관성도. 똑같이 강하다.

정지한 나를 움직이게 하는 데는 큰 힘이 든다.
하지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움직임 자체가 나를 밀어준다.
그래서 처음엔 억지로라도 움직이기 시작해야 하고, 그다음엔 그 관성을 지키는 게 내 몫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관성은 주변으로부터도 온다.
같은 방향으로 가속하고 있는 사람들 옆에 있으면, 나도 그쪽으로 끌려간다.
가속도를 가지고 달려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올 때마다 내 페이스가 조금씩 빨라지는 이유다.
그래서 내 궤도 위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의식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요즘은 반대 방향의 중력이 세졌다. AI 때문이다.

굳이 이렇게까지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AI가 다 해줄 텐데.

이 생각은 거짓된 믿음이라기보다, 귀찮음에 자아를 내려놓고 AI에 의탁해버리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정지 상태가 편하니까 그걸 합리화해줄 명분이 필요한 것뿐이다.

하지만 내가 멋지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AI가 생겼으니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멀리 본다.
그들에게 AI는 멈춰 설 이유가 아니라 가속의 연료다.
허무주의에 주저앉는 대신 새로운 성장곡선 위에 자신을 다시 올려놓는다.
나도 그들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싶다.


우리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내가 진성이형과 찬호형을 보며 멋진 관성을 느꼈던 것처럼, 언젠가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보며 그런 걸 느낄 수 있도록.
오늘도 한 걸음 더 움직이는 습관을 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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