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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 서글프게 푸른

한로로 <입춘>

입춘(2/4)이 지난 지 벌써 2주지만,
아직 우수(2/19)가 오지 않았으니, 적어도 아직은 봄의 시작을 노래해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읽고 있는 김신지의 『제철 행복』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내게 입절기는 늘 '배웅'과 '마중'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 때라고 알려준다."

떠나는 겨울을 배웅하며, 한로로의 「입춘」을 들어본다.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아직 꽃눈이 채 열리지 않은 지금,
우리네 마음은, 무엇을 기다리기에 아슬히(아찔아찔할 정도로 높거나 낮게) 고개를 내밀고 있을까.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집 앞 놀이터를 지나는데
유치원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
바닥에 누워 하늘만 바라보고 있더라.

동심의 시선을 좇아 고개를 들어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 조금은 쌀쌀한.
첫 봄 인사는 이렇게, 서글프게 푸르다.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겨우내 기다린 당신의 첫 봄 인사에, 우리는 마음을 피우고
피워진 초록은, 그것이 초라한 모습일지언정 푸른 낭만이 되어 선물이 될 테니.

앙상한 가지에도 제 철은 온다.
겨울을 버텨낸 뿌리는, 봄을 맞이할 자격이 있으니까.

김신지는 같은 책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꼬박꼬박 때를 맞춰 찾아오는 봄처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새해 숙제로 제출할 것."

다시 봄이다.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라 힘주어 말해도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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