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ou
music4min read11

「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 날지 못할 친구여

잔나비 <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series · 04 parts03 / 04

잔나비가 노래하는 무지개

  1. 01「SHE」 — 무지개가 떨어진 곳
  2. 02「외딴섬 로맨틱」 — 기꺼이 함께 가주지
  3. 03「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 날지 못할 친구여현재
  4. 04「모든 소년 소녀들2: 무지개」 — 바짓단을 다시 접어보겠나

우린 꿈이라 했던, 날이 선 눈빛으로
노려보던 언덕 위를 이제는 떠나는가?
오 인생은 그로부터 시작하네

꿈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에게나.
날이 선 눈빛으로 언덕 위를 노려보던 시절이 있었고, 그 언덕을 떠나야 하는 날이 있다.
잔나비는 그 순간을 "인생은 그로부터 시작하네"라고 말한다.
꿈이 끝나는 자리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것.


"나는 슬프지 않아. 더는 울 일도 없지"
모처럼의 소리로 힘주어 말하곤
"날지 못할 친구여, 탈을 쓴 내 친구여!
헝클어진 머릿결의 시절을 지나세"

정말로 슬프지 않을까.
힘주어 말해야 하는 목소리는 이미 그 자체로 슬프다.
날지 못할 친구, 탈을 쓴 친구—새의 탈을 썼을 뿐 실제로 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본 모습을 가리고, 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
버드맨이라는 이름이 품고 있는 건 그런 종류의 서러움이다.


길 없는 길 위에서 길을 잃었나
그 시절엔 알았고 지금의 난 모르는
그저 그런 질문들에 또 하루가 지는가

어린 시절에는 선명했던 것들이 어른이 되면 흐려진다.
답을 알았던 질문들이 무게가 되어 하루를 짓누른다.

그러나 이 노래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린 알지
내쉬었던 한숨 마다에
떠올려 보던 나비의 날갯짓
때마침 불어오는 이 바람

"나는 꿈이 있었고. 웃을 일도 많았지"

"슬프지 않아"라고 부정하던 목소리가, "꿈이 있었고"라고 인정하는 목소리로 바뀐다.
좌절된 꿈을 없었다고 부정하는 대신,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이 노래가 보여주는 한 걸음이다.


그리고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그건 희망의 바람이라기보다, 꿈의 감각을 마지막으로 한 번 스치게 해주는 씁쓸한 바람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릴 쓸어 올리고
꿈으로 얼룩진 바짓단을 털었네

바람에 머리를 쓸어 올리고, 꿈으로 얼룩진 바짓단을 턴다.
여정에 함께했던 꿈의 흔적들을 털어내고 현실로 돌아가는 뒷모습.
털어낸 자리는 깨끗하다.
그런데 정말, 그것으로 끝인 걸까.

share

comments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