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년 소녀들2: 무지개」 — 바짓단을 다시 접어보겠나
잔나비 <모든 소년 소녀들1: 무지개>
잔나비가 노래하는 무지개
- 01「SHE」 — 무지개가 떨어진 곳
- 02「외딴섬 로맨틱」 — 기꺼이 함께 가주지
- 03「모든 소년 소녀들1: 버드맨」 — 날지 못할 친구여
- 04「모든 소년 소녀들2: 무지개」 — 바짓단을 다시 접어보겠나현재
오늘을 살아가려 비로소 난 내일을 죽였네
호주머니 속 들은 몇 개의 약속을 까먹으며
내일의 꿈을 깨고, 나와의 약속들을 하나씩 까먹으며 타협해가는 나의 모습.
꿈을 좇던 시절에는 늘 내일을 향해 살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오늘을 살기 위해 내일을 죽이는 일이었다.
서글프다. 그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서글픔의 끝에서 노래는 손을 내민다.
용감한 이건 널 위한 마지막
내가 너였다면 내 곁에 있겠네
어디 나와 같이
무지개 무지개 무지개
물들던 그 바짓단을 접어보겠나?
용감한 여전사여—SHE에서 내 손을 잡고 무지개가 떨어진 곳을 향해 이끌어주던 그녀에게, 이제는 내가 말을 건넨다.
"내가 너였다면 내 곁에 있겠다고. 나와 같이 꿈으로 물들던 그 바짓단을 접어보지 않겠냐고."
버드맨에서 털어냈던 바짓단을, 여기서는 접는다.
털어내는 것이 버리는 일이었다면, 접는 것은 간직하는 일이다.
꿈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고이 개어 품에 넣는 것.
꿈과 희망에 휩싸여 있는가?
저어기 어딘가 그 너머로 너머로 너머로
우리는 늘 첨벙첨벙 뛰놀았는데
그렇다. 우리는 첨벙첨벙 뛰놀았다.
꿈과 희망에 휩싸여, 그 너머로 너머로 나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바짓단을 접어 다시 그 안으로 뛰어들어 보자는 것이다.
땀에 절어본 우린
시원한 바람도 안다네
그리고 꿈의 용도
그저 꾸기 위함이었다네
땀에 절어본 사람만이 시원한 바람을 안다.
도전해 보았기에, 실패해 보았기에, 그 바람이 무엇인지 안다.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바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꿈의 용도는 그저 꾸기 위함이었다고.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꿈을 꾸는 것 자체가 가치 있다는 것.
무지개가 떨어진 곳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무지개를 바라보며 걸었던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잔나비는 작년 5월, 콘서트 <모든 소년 소녀들>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두가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다"고.
바짓단을 접는다는 건, 어쩌면 그 동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닐까.
꿈이 좌절되고 어른이 되어버린 자리에서도 무지개를 바라보던 그 눈을 간직하겠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여정 안에는 기꺼이 함께 걸어준 사람이 있었다.
무지개가 떨어진 곳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을 잡아주었던, 돌아가자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던 사람.
꿈은 꺾였지만, 그 곁에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는 다시 바짓단을 접고, 다시 무지개를 향해 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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